팔순을 넘긴 어르신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드님들 손에 이끌려 심리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오남매를 둔 할머님은 몇 년 전에 먼저 세상을 뜨신 할아버지가 많이 그립습니다. 밤마다 온 몸이 아파와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그 순간들, 늘 그때매다 먼저 떠나간 남편이 야속하다고 하십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아버지 손을 잡고 동네 시장도 다니시고 가끔씩 막걸리 한 병 사다놓고 대작도 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할머니 얼굴빛은 봄날 같아집니다.



그런데,최근에 와서 느닷없이 건강하던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열 곳도 넘는 병원을 다니고
 침도 맞고 주사도 맞고 약도 드시는게...
그래도 온 몸이 아프시답니다. 오남매 자녀분들에게  나날이 전화를 하셔서 아무래도 죽을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전하시니 듣는 자녀분들이 의논 끝에 모시고 왔습니다.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고,건강 상태가 좋은 할머님은 혼자 지내시면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시고 주일에는 가까운 교회를 나사기면서 하루 하루를 소일하고 계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몸이 너무 아파 그나마 아무것도 못하고 계신답니다.


상담을 하는 동안 할머니는 절대 자네에 대한 서운함을 내색하지 않으셨으며 품위와 절제를 잃지 않으려
 많이 애쓰셨습니다. 할머니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자신의 말 한마디로 인해 소중한 아들 딸의 체면이 깎여선
 안 된다는 굳은 신념이 있었던 것이지요.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물이 살짝 비치는 모습을 뵈면서 최면유도를 하자 그 동안 공감대가
 잘 형성된 덕분에 금새 깊은 최면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최면을 통해 발견하게 된 할머님의 핵심 감정은 외로움과 서운함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난 후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그리 많은 이해를 해 주지 않는 딸과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께
 전화로 간단하게 안부를 묻는 며느리에 대한 서운함,그것 마저 제대로 하지 않는 어른들에 대한 배신감...
깊은 최면에 빠진 할머니는 외롭고 두렵고 고독하다며 가슴을 치고 깊은 오열을 하십니다.



상담을 종료하던 날 가족 상담이 필요한 듯 하여 아들 딸들이 함께 오실 것을 권하였습니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매주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할머니를 찾아 뵙고 외식도 하고 일주일 중 하루는
 아들 딸이 번갈아 가면서 함께 잠을 자는 것으로 자녀분들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어르신의 표정은 세상을 다 얻은 듯 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몸도 가벼워졌다고 금새 활짝 웃던 모습을 뵈면서 쉽고도 어려운 부모님 모시기라는
 문제가 크게 생각납니다.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가 외로움으로 힘겨워하고 손 내밀어 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기를 권해 드립니다.